나무가 바람을 만나는 시간!



몸이 얼고
다 얼어터진 후에야 비로소 바람을,
나무가 가지를 휘어
안고 등을 쓸어 내린다

아픈데 없느냐
내가 널 잊었겠느냐

바람이, 제 품에서 우는 것을
늙은 나무는
뼈를 뚝뚝 꺾어내며
보여주려 하지만

나무는 모른다
바람은 제 목소리가 없다는 것을
울음이 없다는 것을

끝내는
나무의 뼈마디 으스러지는 소리만
마을까지 내려와
아궁이 군불 삭정이 같은 것이 되어
사람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곤 하는 것이다
.
.
.
.
.
 
시와 별로 상관없는??사람중에 하나인 내가 하루종일 외우고 또 외운시다
제목에서 부터 나를 잡아 이끄는 문장!!!
 
나무가 바람을 만나는 시간이라니.....어쩜 이런 글이 떠오르는 건지....
 
 한참을 시의 세계에 빠져있게 했다...
 
<문상> 이라는 시에서
이성목님은 죽음과 슬픔이 있는 곳을 이렇게 표현한다.
 
죽은자가 산 자를 불러
술과 고기를 먹이는
따뜻한 저녁...
 
이라고...
 
그뒤로는 장례식하면 느껴지던 어둡고 슬프고 아픈생각이
조금은 위로가 된다고 할까?
 
이성목님 홈피에서
 
나무가 바람을 만나는 시간과 비슷한 느낌의 시를 하나더 발견해서 첨부해본다.
 
 
       누가 우는가      
 ㅡㅡㅡ 나 희덕 ㅡㅡㅡ
 
바람이 우는 건 아닐 것이다
        이 폭우 속에서
        미친 듯 우는 것이 바람은 아닐 것이다
        번개가 창문을 때리는 순간 얼핏 드러났다가
        끝내 완성되지 않는 얼굴,
        이제 보니 한 뼘쯤 열려진 창 틈으로
        누군가 필사적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것 같다
        울음소리는 그 틈에서 요동치고 있다
        물줄기가 격랑에서 소리를 내듯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는 좁은 틈에서
        누군가 울고 있다
        창문을 닫으니 울음소리는 더 커진다
        유리창에 들러붙는 빗방울들,
        가로등 아래 나무 그림자가 일렁이고 있다
        저 견딜 수 없는 울음은 빗방울들의 것,
        나뭇잎들의 것,
        또는 나뭇잎을 잃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부딪치는 나뭇가지들의 것,
        뿌리뽑히지 않으려고, 끝내 초월하지 않으려고
        제 몸을 부싯돌처럼 켜대고 있는
        나무 한 그루가 창 밖에 있다
        내 안의 나무 한 그루 검게 일어선다

by 수니 | 2008/12/12 01:47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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