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2일
나무가 바람을 만나는 시간!

다 얼어터진 후에야 비로소 바람을,
나무가 가지를 휘어
안고 등을 쓸어 내린다
아픈데 없느냐
내가 널 잊었겠느냐
바람이, 제 품에서 우는 것을
늙은 나무는
뼈를 뚝뚝 꺾어내며
보여주려 하지만
나무는 모른다
바람은 제 목소리가 없다는 것을
울음이 없다는 것을
끝내는
나무의 뼈마디 으스러지는 소리만
마을까지 내려와
아궁이 군불 삭정이 같은 것이 되어
사람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곤 하는 것이다
이성목님은 죽음과 슬픔이 있는 곳을 이렇게 표현한다.
이 폭우 속에서
미친 듯 우는 것이 바람은 아닐 것이다
번개가 창문을 때리는 순간 얼핏 드러났다가
끝내 완성되지 않는 얼굴,
이제 보니 한 뼘쯤 열려진 창 틈으로
누군가 필사적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것 같다
울음소리는 그 틈에서 요동치고 있다
물줄기가 격랑에서 소리를 내듯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는 좁은 틈에서
누군가 울고 있다
창문을 닫으니 울음소리는 더 커진다
유리창에 들러붙는 빗방울들,
가로등 아래 나무 그림자가 일렁이고 있다
저 견딜 수 없는 울음은 빗방울들의 것,
나뭇잎들의 것,
또는 나뭇잎을 잃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부딪치는 나뭇가지들의 것,
뿌리뽑히지 않으려고, 끝내 초월하지 않으려고
제 몸을 부싯돌처럼 켜대고 있는
나무 한 그루가 창 밖에 있다
내 안의 나무 한 그루 검게 일어선다
# by | 2008/12/12 01:47 | 트랙백 | 덧글(0)



